2025 SKKU Teaching Award 수상자 인터뷰: 글로벌융합학부 이창준 교수
2025-11-17
2025 SKKU Teaching Award 수상자 인터뷰: 글로벌융합학부 이창준 교수 “낯선 경험을 두려워하지 말기를” 우리 대학에서는 2011년부터 매년 학생들에게 특별히 뜻깊은 학습 경험을 제공한 교원을 선발하여 ‘SKKU Teaching Award’를 시상하고 있다. 플립러닝, 중대형온라인, 학부생 연구학점제 등 수업 형태에 따라 선발 영역이 나누어지며, 전임 교원과 비전임 교원 모두 수상자가 될 수 있다. 이번 2025 SKKU Teaching Award의 주인공이 된 교원은 총 19명으로, 지난 9월 24일 제627주년 건학 기념식 행사장에서 해당 교원들에 대한 시상이 함께 이루어졌다. 이번 기사에서는 2025 SKKU Teaching Award 학부생 연구학점제 영역에서 수상한 글로벌융합학부 이창준 교수를 소개한다. 이창준 교수는 성균웹진과의 인터뷰에서 연구자로서의 경험과 목표, 교육자로서의 가치관, 그리고 한 어른으로서의 조언을 폭넓고 깊이 있는 이야기에 담아 전했다. 아래의 인터뷰 전문을 통해 그 이야기 속으로 함께 들어가보자. | 본격적인 인터뷰에 들어가기에 앞서, 이번 2025 SKKU Teaching Award에 선정되신 것을 마음 깊이 축하드립니다.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성균관대학교는 각 분야 최고의 연구자들이 모인 곳이라, 강의 우수상에 노미네이트 되었을 때부터 기대와 열망이 더욱 컸습니다. 실제로 이렇게 수상하게 되어 매우 영광스럽고 기쁘게 생각합니다. | 먼저, 연구자로서의 교수님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그동안 미디어와 사용자 간의 상호작용을 주제로 한 연구를 주로 진행하셨는데, 해당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사실 처음부터 “미디어와 사용자 상호작용”이라는 주제를 정해 놓고 연구를 시작한 건 아닙니다. 다만 학문적으로나 개인적으로 늘 궁금했던 건, 사람들이 새로운 미디어 환경 속에서 어떻게 반응하고, 또 그 경험이 어떻게 삶과 사회를 바꿔나가는가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학부 시절부터 방송, 인터넷, 그리고 모바일로 이어지는 미디어의 변화를 직접 겪으면서, 기술이 단순한 전달 수단이 아니라 사용자의 감정, 행동, 나아가 사회적 관계까지 바꿔 놓는 힘을 가진다는 걸 체감했습니다. 이런 경험이 연구 관심사로 자연스럽게 이어진 것 같습니다. 결국 제 연구의 출발점은 ‘사람 중심’이었고, 미디어와 사용자의 상호작용을 통해 그 관계를 더 깊이 이해하고 싶다는 열망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 현재 운영하고 계신 연구실 홈페이지에서 스스로를 '계산 사회 과학자(Computational Social Scientist)로 소개하고 계셨습니다. 이와 같이 소개하시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제가 스스로를 계산 사회 과학자(Computational Social Scientist)라고 소개하는 이유는, 제 연구의 출발점과 방법론을 가장 잘 보여주는 표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사회 현상과 인간 행동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했지만, 이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데이터를 다루는 방식이 점점 달라졌습니다. 이제는 단순한 설문이나 통계 분석을 넘어서, 대규모 디지털 흔적 데이터, 알고리즘, 시뮬레이션, 인공지능 기법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되었죠. 즉, 연구 주제는 사회과학의 문제의식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방법론은 컴퓨터 과학과 데이터 과학의 도구들을 결합하는 방식입니다. 이런 점에서 ‘계산 사회 과학자’라는 정체성이 제 연구를 가장 정확하게 설명해 준다고 생각합니다. | 연구자로서 교수님께서는 어떤 꿈을 가지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연구자로서 제 꿈은 크게 두 가지로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나는 학문적 꿈이고, 다른 하나는 사회적 꿈입니다. 학문적으로는, 빠르게 변하는 미디어와 기술 환경 속에서 인간 중심의 의미 있는 연구를 꾸준히 이어가고 싶습니다. 데이터와 알고리즘이 중심이 되는 시대일수록, 사람들의 경험과 사회적 맥락을 놓치지 않고 연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사회적으로는, 제 연구가 학계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문제 해결과 정책, 산업, 나아가 일상생활에 기여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학생들과 함께 새로운 연구를 시도하고, 또 그 성과가 사회 곳곳에서 작은 변화로 이어질 때 가장 보람을 느낍니다. 결국 제 꿈은, 좋은 연구와 좋은 교육을 통해 사람과 사회에 긍정적인 흔적을 남기는 것이라고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나아가, 이제 교육자로서의 교수님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이번 SKKU Teaching Award의 '학부생 연구학점제' 부문에서 수상하셨는데, 학부생 연구학점제를 운영함에 있어서 특별히 신경 쓰신 부분이 있나요? 학부생 연구학점제를 운영하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단순히 ‘연구 경험을 제공한다'에 그치지 않고 학생들이 스스로 연구의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었습니다. 보통 학부 과정에서는 강의 중심으로 지식을 배우지만, 실제 연구는 정답이 정해져 있지 않고 시행착오도 많습니다. 저는 학생들이 이 과정을 직접 경험하면서, 질문을 만들고, 데이터를 다루고, 결과를 해석하는 전 과정을 주체적으로 해보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특히, 앞서 언급한 과정 중 '질문을 만드는' 부분만 잘 이루어져도 90% 이상 성공했다고 봅니다. 이를 통해 나오는 성과는 적거나 없어도 전혀 상관없다고 했는데, 제가 금손인 건지 학생들이 뛰어난 건지 제가 지도한 URP 팀들이 올해 상복이 많았습니다. 또한, 학생 개개인의 관심과 역량을 존중하려 노력했습니다. 정해진 틀 안에 맞추기보다, 학생이 가진 호기심과 아이디어를 연구로 발전시킬 수 있도록 지도하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성과뿐 아니라 과정에서 얻는 배움이 훨씬 크다는 점을 학생들도 체감하게 되는 것 같아요. | 교수님께서 교단에 서신 후로 가장 큰 기쁨을 느끼셨던 순간이 있나요? 가장 큰 기쁨이라고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기억에 남는 건 소소하지만 벅찬 순간들입니다. 예를 들어 학생들이 수업이나 비교과 활동, 혹은 대학원 연구 과정에서 스스로 어떤 삶의 전환점(tipping point)을 경험하고, 그 과정에서 얻은 작은 실마리(clue)를 나누기 위해 저를 찾아올 때가 있습니다. 그 순간 학생의 눈빛에서 변화를 느낄 수 있고, 그 기쁨을 함께 공유할 때 교단에 선 보람을 크게 느낍니다. | 교수님께서 생각하시는 '좋은 교육자'는 어떤 모습인가요? 교수님께서 지향하시는 모습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좋은 교육자는 지식을 전달하는 사람을 넘어, 학생이 자기만의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길잡이가 되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강의실에서 정답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답을 탐색하는 과정을 곁에서 지지해 주는 것이죠. 제가 지향하는 교육자의 모습은, 학생들에게 학문적 호기심과 자신감을 심어주는 사람입니다. 때로는 연구에서, 때로는 수업이나 비교과 활동 속에서 학생들이 ‘나도 할 수 있다’라는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지식뿐만 아니라 배움의 즐거움, 그리고 성장의 과정 자체가 소중하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제가 추구하는 교육자의 모습입니다. | 교수님께서 현재 교육과 관련하여 고민하고 계신 것이 있다면 함께 들어보고 싶어요. 사실 플립러닝, 토론식 수업, 토크쇼 형식 등 여러 가지 시도를 해봤습니다. 그런데 결국 수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건 학생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수업에 몰입할 수 있느냐 하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늘 고민하는 것은,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수업을 함께 만들어가는 주체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점입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같은 수업이라도 오전과 오후가 다르고, 올해와 작년이 다르고, 또 학생들의 구성에 따라서도 전혀 다른 분위기가 만들어진다는 겁니다. 그래서 어떤 ‘정답’ 같은 방법을 아직 찾지는 못했습니다. 다만 이런 차이가 있다는 걸 인정하고, 그때그때 학생들의 상황과 반응을 읽으면서 조금이라도 더 나은 수업 경험을 만들어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 만약 지금의 교수님께서 대학생 시절의 교수님을 스승과 제자로 만난다면,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으신가요? 아마도 제일 먼저 이런 말을 해줄 것 같습니다.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아라.” 대학생 시절의 저는 늘 뭔가 성과를 빨리 내야 한다는 압박감 속에 살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돌아보니, 그 과정에서의 시행착오와 우연한 만남이 결국 지금의 융합 연구자로서의 저를 만들어 주었더군요. 그래서 그때의 저에게는, 조급함보다 호기심을 더 믿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경험을 차곡차곡 쌓아가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습니다. 이 이야기를 하다 보니 문득 영화 ‘인터스텔라’의 명장면이 생각나네요. 주인공이 벽장을 통해 과거의 자신을 보며 애타게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장면 말입니다. | 긴 인터뷰에 참여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성균관대학교 학생들에게 한마디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성균관대학교 학생 여러분, 융합은 결국 용기에서 시작됩니다. 낯선 분야에 발을 들이고, 다른 시도를 해보는 용기가 여러분을 더 크게 성장시킬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학점이라는 숫자보다, 그 과정을 통해 얻는 경험과 배움을 선택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 경험이 결국 여러분의 삶과 미래를 가장 단단하게 만들어 줄 자산이 될 것입니다.